가상자산거래소 압박 본격화…업비트·코빗 세무조사에 금융제재까지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정부와 금융당국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시장 점유율 1위인 업비트가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제재를 받은 데 이어, 세무조사까지 진행되면서 코인 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퍼지고 있다.
서울지방국세청 국제거래조사국은 20일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본사에 세무조사를 위한 직원들을 파견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같은 날, 넥슨 지주회사 NXC가 최대주주인 코빗에 대한 세무조사도 착수됐다. 국제거래조사국은 해외 거래 비중이 높은 기업이나 역외 탈세 의심 기업을 대상으로 정기 및 비정기 조사를 진행하는 부서로, 조사 과정에서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가 드러나면 검찰 고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번 조사는 사전 예고 없이 이루어진 비정기 조사로, 업계에서는 국세청이 특정 기업이 아닌 가상자산 거래소 전반을 겨냥한 테마 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지난해 빗썸이 정기 세무조사를 받은 바 있어, 다른 주요 거래소로도 조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세무조사와 함께 금융당국의 제재도 강화되고 있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업비트가 고객확인제도(KYC) 위반 등의 혐의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을 위반했다고 판단, 신규 고객의 가상자산 입출금을 3개월간 제한하는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기간은 다음달 7일부터 6월 6일까지다. 또한, 이석우 대표를 포함한 임원 9명에 대한 중징계가 결정됐으며, 준법감시인에 대해서는 면직 처분이 내려졌다. 과태료 부과 여부는 추가 논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FIU는 지난해 업비트의 사업자 면허 갱신 심사 과정에서 KYC 의무 위반 사례가 수십만 건 이상 적발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앞서 FIU는 코인마켓 거래소 한빗코가 197명의 고객에 대한 KYC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며 19억942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업비트에 같은 기준을 적용할 경우, 수천억 원대의 과징금이 부과될 가능성이 있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조치가 업비트의 독과점 구조를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업비트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 점유율이 70%를 넘어서며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구축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도 "가상자산 거래소의 가장 큰 문제는 특정 거래소의 독과점"이라는 지적이 나왔으며, 공정거래위원회가 독과점 문제를 공식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의 강도 높은 조사가 이어지면서 업비트를 비롯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금융·세무·공정거래 등 전방위적 압박에 직면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조치가 특정 거래소를 넘어 시장 전체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추가 규제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