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EC, 암호화폐 규제 방향 급선회…업계에 미칠 영향은?
마크 우예다 SEC 위원장 직무대행 (출처: CoinDesk)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최근 여러 건의 암호화폐 관련 조사를 중단하거나 소송을 취하하면서 규제 기조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이 시작된 이후, 암호화폐 업계는 예상치 못한 승리를 거두고 있는 분위기다.
SEC는 최근 코인베이스(Coinbase)와의 소송을 철회하고, 바이낸스(Binance)와 트론(Tron)에 대한 법적 절차를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또한, 컨센시스(ConsenSys), 오픈시(OpenSea), 로빈후드(Robinhood), 유니스왑(Uniswap), 제미니(Gemini) 등에 대한 조사를 종료한다고 통보했다.
이 같은 변화는 SEC 내부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헤스터 피어스 SEC 위원은 새로운 암호화폐 태스크포스를 이끌며, 규제 방향을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한편, 기존 법률이 다양한 유형의 암호화폐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또한, 업계에서 비판을 받아왔던 회계 기준인 ‘스태프 회계 게시판 121(SAB 121)’을 철회하는 등, 보다 개방적인 정책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마크 우예다(SEC 위원장 직무대행) 체제에서 SEC의 태도는 전임 게리 겐슬러 체제와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피어스 SEC 위원은 “이제야 제대로 된 규제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며, “집행부가 정책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실제 규제 부서가 방향을 설정하고 집행부가 그에 따라 움직이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암호화폐 업계는 이러한 변화에 환호하고 있다. 탈중앙화 금융(DeFi) 분야 로비 단체인 ‘디파이 교육 기금(DeFi Education Fund)’의 아만다 투미넬리 최고법률책임자(CLO)는 “이제 단순한 등록 위반 문제로 암호화폐 기업들이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낮아졌다”며, “그러나 완전히 승리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업계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려면 명확한 법적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소비자연맹(Consumer Federation of America)의 코리 프레이어 투자자 보호 담당 이사는 “SEC가 단순히 법적 조치를 철회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암호화폐 시장을 규제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결국 금융 시스템에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2022년 FTX 붕괴나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를 예로 들며, 레버리지 증가가 시스템 전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의회도 암호화폐 규제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상원 은행위원회(Senate Banking Committee)의 디지털 자산 소위원회가 첫 청문회를 개최하며, 새로운 법률 제정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 법률 전문가인 루이스 코헨 변호사는 “현행 법과 정책이 수십 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암호화폐 산업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소비자 보호를 위한 명확하고 유연한 연방 법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SEC는 단순한 규제 철회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암호화폐 관련 금융상품의 승인 여부에도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캐너리(Canary), 그레이스케일(Grayscale), 위즈덤트리(WisdomTree) 등 여러 자산운용사들이 카르다노(ADA), 솔라나(SOL), XRP, 라이트코인(LTC), 헤데라(HBAR), 폴카닷(DOT) 등을 추종하는 상장지수상품(ETP) 신청서를 제출했다.
과거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현물 ETF 승인 과정에서 보였던 불확실성과 달리, 이번에는 기관 및 개인 투자자들이 규제된 투자 상품을 통해 다양한 암호화폐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SEC의 변화가 암호화폐 시장에 미칠 영향은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규제 완화로 인해 시장이 한층 더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반면, 적절한 감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또 다른 금융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