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다음달 3일부터 모든 외국산 자동차에 25% 관세 부과할 것"
26일(현지시간) 워싱턴 DC의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자동차 수입 관세를 발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 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산 자동차에 대해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미국발 보호무역 정책이 다시 한 번 전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 조치는 4월 3일부터 발효되며,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자동차 부품에도 동일한 세율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외국 자동차 메이커들에게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하라는 강력한 압박인 동시에, 트럼프식 ‘제조업 부흥’ 전략의 핵심 카드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미국에서 만들어지지 않은 자동차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일자리와 부를 빼앗은 국가들에게 이제는 요금을 청구할 때"라고 강조하며, "자동차를 미국에서 만들면 관세는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우방이든 적이든 가리지 않고, 수년 동안 미국에서 많은 것을 가져갔다”고 말하며 기존 동맹국에 대한 불만도 숨기지 않았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무역 제한을 넘어, 미국 내 자동차 산업 활성화를 위한 세제 혜택과도 맞물려 있다. 미국산 차량을 구입할 경우, 자동차 대출의 이자에 대해 소득세 공제를 허용하겠다는 계획도 공개됐다. 이는 미국 내 생산 차량의 소비를 촉진하고 외국산 차량에 대한 소비 위축을 유도하는 또 다른 압박 수단으로 보인다.
자동차 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9년 1기 집권 당시 꺼냈다가 실행에 옮기지 않았던 정책이다. 당시 미국 상무부는 수입 차량이 미국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고,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관세 부과를 권고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실제 시행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번 조치는 그런 배경 속에서 6년 만에 부활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수익에 대한 기대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연간 1천억 달러 이상의 수익이 발생할 것이라며, “1년 이내에 최대 1조 달러에 이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 조치는 내 임기 동안 영구적일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모든 국가에 동일한 25% 세율을 적용할 것”이라며, 관세 체계의 단순성과 일관성을 강조했다.
이번 발표에서 언급된 자동차 부품 관세는 5월 3일부터 시행되며, 미국 내 생산분은 면제된다. 다만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체계 하에서 생산된 일부 부품은 예외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기적으로는 자동차 제조와 부품 생산 모두 미국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국으로서는 이번 조치가 예사롭지 않다. 한국은 미국 자동차 시장의 주요 공급국으로, 지난해 한국의 전체 자동차 수출 중 약 절반이 미국 시장으로 향했다. 한국산 자동차의 대미 수출액은 약 347억 달러에 이르며, 전체 대미 수출 중에서도 자동차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수출 물량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미국 내 생산 확대 계획을 발표하며 대응에 나섰다. 정의선 회장은 최근 백악관에서 향후 4년간 미국에 21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히며, 미국 내 연간 생산량을 현재 70만 대에서 120만 대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또한 조지아주 서배너에 있는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의 생산능력도 50만 대로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대응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생산한 차량은 여전히 관세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현재 논의되는 상호관세까지 더해질 경우, 한국산 자동차에 대해 25% 이상, 많게는 35% 수준의 관세가 적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가격 경쟁력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한국 정부와 업계는 상호관세 발표 전까지 최대한 유연한 대응을 끌어내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에 대해 “매우 친절하게 하겠다”고 밝힌 만큼, 일부 조정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EU)과 캐나다는 이미 보복 관세를 경고하고 있고,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을 제소한 상황이다.
미국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는 있다. 고율 관세가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연준은 최근 미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했으며, 물가 상승률 전망도 상향했다. 관세 정책이 경제에 부담을 줄 경우, 결국 관세를 협상용 카드로 활용할 여지는 남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자동차 관세 부과는 단순한 무역 조치가 아니라, 향후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동맹국 간 무역 질서 변화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자동차 산업의 비중이 높은 한국에는 중대한 시험대가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