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400선 붕괴…트럼프 관세 폭탄에 국내외 증시 '패닉'
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출처: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대규모 관세 부과의 여파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를 시작으로 유럽과 아시아 주요 증시가 줄줄이 급락하면서, 국내 코스피 지수도 7일 장 초반부터 4% 넘게 떨어지며 2,400선을 내주었다.
이날 오전 9시 12분에는 코스피200선물지수의 급변으로 인해 프로그램 매매가 5분간 중단되는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이는 지난해 8월 '블랙먼데이' 이후 8개월 만에 발동된 조치다.
증시의 급락은 외국인과 기관의 대규모 매도세가 원인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4,196억 원, 기관이 2,848억 원을 각각 순매도하고 있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6,716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대응에 나섰다. 선물시장에서도 외국인은 7,951억 원어치를 팔아치우며 현·선물을 합쳐 1조 원이 넘는 자금을 빠르게 회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환율도 요동쳤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27.9원 급등한 1,462원에 개장했고, 원·엔 환율은 1,000원을 돌파하며 불안 심리를 반영했다.
이번 충격은 뉴욕증시에서 시작됐다. 지난 3일부터 이틀간 다우지수는 9.26%, S&P500은 10.59%, 나스닥은 11.44% 폭락했다. 이틀 사이 증발한 시가총액은 9,600조 원에 달하며, 글로벌 증시는 사실상 ‘패닉 모드’에 돌입했다.
국내 시장은 지난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일시적으로 안정세를 보였지만, 관세 쇼크가 본격화되면서 투자심리는 다시 급랭했다. 주요 대형주는 일제히 하락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업종과 관계없이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상황을 단순한 조정이 아닌 구조적인 충격으로 보고 있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작년 블랙먼데이보다도 심각하며, 이번 사태는 2008년 금융위기 수준과 비교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코로나19 당시보다 시장 충격이 더 크다”며 투자자들의 심리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 세계 50여 개국이 관세 정책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음에도 기존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젠가 사람들은 미국을 위한 관세가 매우 아름다운 것임을 깨닫게 될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다시 강조했다.
통화정책 또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준금리 인하 압박에도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를 우려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희미해지면서 안전자산마저 흔들리는 상황이다. 국제 금값은 지난 2일부터 나흘간 4.78% 하락했고,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25%에서 3.86%까지 떨어졌다.
증시 전문가들은 향후 반등이 있더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데 의견을 모은다. SK증권의 조준기 연구원은 “시장이 너무 비이성적으로 흘러가고 있어 지금은 밸류에이션을 논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추가 하락 가능성과 회복의 어려움을 경고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시선은 이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변화 여부에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럴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금융시장은 당분간 불안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