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투기가 아닌 금융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뉴스알리미 · 25/05/20 16:32:59 · mu/뉴스

디지털자산 거래소에 예치된 원화 자금만 해도 10조원을 웃돈다. 최근에는 카카오뱅크나 토스처럼 디지털자산 앱이 일상적인 금융 플랫폼으로 활용되는 모습도 곳곳에서 포착된다.

이에 일부에선 코인이 더 이상 ‘모험적 자산’에 머물지 않고 수많은 개인의 일상 속에 스며든 하나의 금융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시장의 운용 방식이나 실제 투자 행태를 볼 때, 이를 곧바로 ‘금융화’의 신호로 해석하긴 이르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국내 디지털자산 시가총액은 107조7000억원으로 전반기 대비 91% 증가했다. 하루 평균 원화마켓 거래금액도 7조3000억원에 달했고 거래소에 예치된 원화예치금은 10조7000억원으로 상반기보다 114%나 늘었다. 대기성 투자 자금이 빠르게 쌓이면서 거래소가 단순한 매매 플랫폼을 넘어 자금의 임시 보관처로 작용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화예치금 급증의 배경으로, 글로벌 정책 기대감과 국내 정치·경제 불확실성을 지목했다. 조윤성 타이거리서치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 예치금이 급증한 건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 기대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등 디지털자산의 제도권 편입에 대한 기대감이 투자 심리를 크게 끌어올린 영향이 크다”며 “여기에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원화 자산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자금이 디지털자산으로 이동한 점도 주요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심리가 개선되고 기대감이 커진 흐름은 실제 시장 참여의 확대에도 반영됐다. 지난해 말 기준 실명계좌를 통해 실제 거래에 참여하고 있는 이용자는 970만명에 달했다. 6개월 만에 25% 가까이 증가한 수치로 투자 심리 개선이 실질적인 참여로 이어졌다. 연령별로는 30대와 40대가 각각 28.8%, 27.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20대 이하와 50대 이상도 적지 않은 비율을 보이며 전 세대로 분포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자산 규모 면에서도 소액 투자자가 중심을 이루긴 했지만 규모 있는 참여도 눈에 띈다. 전체 이용자의 66%는 50만원 미만을 보유한 소액 투자자였지만 1000만원 이상을 보유한 중·대형 투자자도 120만명을 넘었고, 1억원 이상 보유자도 22만명에 달했다. 단기 수익을 노린 실험적 투자부터 일정 규모의 자산 운용까지, 투자 목적과 접근 방식이 다층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수치로 드러난 이런 양적 확대를 단순히 시장의 ‘성숙’으로 해석하긴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참여자는 늘고 자산 규모는 커졌지만 투자 성격은 여전히 투기적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조 연구원은 “이용자 수와 거래 규모가 크게 늘었지만 아직은 투기적 수요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며 “실질적 활용은 제한적인 상황이라 금융 영역 진입 신호로 보기엔 어렵다”고 말했다. 자산의 실사용 사례나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가 부족한 상황에서 단기 가격 흐름에 의존하는 매매가 여전히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김 연구원도 “국내 시장은 아직 투기적 수요가 주요 동력”이라며 “그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외형 성장만으로는 금융 자산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평가를 뒷받침하듯 디지털자산 시장 내부에는 여전히 취약성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전체 시가총액의 99.9%가 원화마켓에 쏠려 있고 코인마켓의 일평균 거래 규모는 전반기와 비교해 81%나 줄어든 상태다. 단독 상장된 종목 가운데 34%(98종)는 시가총액 1억 원 이하의 초소형 자산으로, 유동성 부족과 급격한 가격 변동성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이처럼 일부 종목에 거래가 쏠리고 가격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는 투자자가 충분한 정보 없이 거래에 나설 경우 손실을 입기 쉬운 환경이 형성되기도 한다.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이 지난 4월 공개한 ‘2024 가상자산 이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디지털자산 보유자 가운데 20.3%가 실제 피해를 경험했고, 이 중 73.9%는 피해금 회수에 실패했다. 거래소 전산 장애, 해킹, 리딩방 사기 등 피해 유형도 다양하다. 표면적인 성장 수치 뒤에는 아직 제도적으로 감당되지 못한 위험이 남아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취약성을 줄이기 위해 거래소와 감독 당국이 보다 실질적인 관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김 연구원은 “토큰의 유통량 분배, 거래소 보유 물량 등을 면밀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대규모 언락 등 토큰 가격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는 주요 이벤트가 예정되어있는 경우 미리 투자자들에게 공시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 연구원도 “소규모 종목의 위험을 줄이려면 거래소와 당국이 상장 심사에서 충분한 유동성 확보를 필수 조건으로 삼아야 한다”며 “상장 후에도 유동성 관리, 정보 공시, 불공정 거래 감시를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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