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 분리’와 ‘종합 인가제’ 사이…거래소 규제 설계 논쟁

디지털자산 거래소를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입법권자·업계·전문가 간의 논의가 뜨겁다. 거래소의 다양한 기능이 이해상충 문제를 유발한다는 지적 속에, 정부와 정치권은 ‘기능 분리’ 방식의 규제를 입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실효성 논란과 함께, 기술적 현실을 반영한 ‘종합 인가제’가 더 현실적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모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에 디지털자산 산업 육성 방안을 포함했다. 우선 이재명 후보는 ‘가계와 소상공인의 활력 제고’ 정책의 하나로 디지털자산 생태계 정비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선거대책위원회 산하에 ‘디지털자산위원회’를 신속히 출범하고, 제2단계 입법 과제로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김문수 후보 역시 디지털자산을 중산층의 자산 형성 수단으로 제시하며 디지털자산육성기본법’ 제정과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허용을 공약에 포함했다.
이처럼 정치권이 디지털자산 관련 법제화를 추진하면서 거래소에 대한 규제 설계도 함께 구체화되고 있지만 현장의 구조적 특성과 기술적 운용 방식까지 충분히 반영된 것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태석 법무법인 태평양 전문위원은 지난 16일 ‘최근 기업 및 금융 법제의 쟁점과 과제’ 세미나에서 “디지털자산 거래소는 현재 고객이 하나의 플랫폼에서 회원가입을 하고 자산을 예치한 뒤, 지갑을 통해 자산을 사고팔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며 “보관·지갑·중개 기능이 기술적으로 밀접하게 통합돼 있는 구조에서 이들을 인위적으로 나누는 것이 과연 실효적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도 지난달 ‘가상자산 외부 보관과 이용자 보호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디지털자산 시장은 증권 시장과 거래 구조가 본질적으로 다르고 주요 국가들도 기능을 물리적으로 분리하기보다는 내부통제와 투명성 강화 중심으로 이해상충을 관리하고 있다”며 “거래 기능과 보관 기능을 억지로 분리하는 것은 오히려 보안 리스크를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용자 보호를 위해 중요한 것은 어떤 기능을 나누느냐가 아니라, 어떤 기능이 가장 핵심적인 보호 영역인지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라며 “기능 분리보다는 실질적 통제를 강화할 수 있는 맞춤형 규제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거래소의 구조적 특성과 글로벌 규제 흐름을 함께 고려할 때, 단순한 기능 분리보다는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거래소가 △보관 △중개 △매매 등 핵심 기능을 통합적으로 수행하는 현실을 인정하되,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통제를 강화하는 ‘종합 라이선스’ 체계가 하나의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방식은 복수 기능의 수행을 허용하는 대신 높은 수준의 내부통제 기준과 정보공시 의무 등을 조건으로 부과하는 방식이다.
홍푸른 디센트 대표 변호사는 “디지털자산 거래소는 외부 요인보다 내부 구조에서 발생하는 사고 위험이 더 큰 구조이기 때문에 기능을 쪼개기보다는 투명한 공시와 강력한 내부통제가 더욱 중요하다”며 “이해충돌과 시장조작 우려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이를 통제하고 정보를 명확하게 공개한다면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불안은 충분히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혁 디스프레드 연구원도 “현재 유럽, 일본과 같은 글로벌 환경에서도 기능을 물리적으로 분리하기보다, 종합 라이선스를 중심으로 규제 체계를 설계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며 “이런 흐름을 볼 때 국내에서도 종합 라이선스 체계가 실효성 있는 접근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주요국은 기능 분리보다 종합 인가 체계에 기반한 규제 설계를 채택하고 있으며, 내부통제와 회계 분리를 통해 이해상충과 투자자 보호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다만, 종합 라이선스 체계가 모든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있는지는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종합 라이선스가 정확히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며 “이해상충이라는 표현만으로 제도의 정당성을 설명하기엔 모호한 점이 많고, 실제 어떤 기능 간에 충돌이 발생하는지부터 먼저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장 규제와 내부자 거래 통제 등은 2단계 입법에서 구체적으로 다뤄야 할 사안으로 법령에 기준을 명확히 반영하고 금융당국의 통제가 가능하도록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