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다시 최고치 근접…금리 인하·달러 약세 등 영향

금값이 다시 한 번 사상 최고치 부근을 맴돌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기대감, 달러 약세, 그리고 중앙은행 독립성 훼손 우려까지 겹치면서 안전자산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9일 오전 10시 36분(싱가포르 시각) 기준 현물 금은 온스당 3,635.07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전날 기록한 최고치 3,646.46달러에서 불과 10달러 낮은 수준이다. 최근 3주 동안 금값은 9% 상승했고, 올해 들어서만 37~40% 가량 올랐다. 금 선물 가격도 3,677.92달러를 기록하며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직접적인 배경은 부진한 미국 고용 지표다. 시장은 연준이 다음 주 FOMC 회의에서 최소 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일부 투자자들은 0.5%포인트 ‘빅컷’ 가능성까지 베팅하고 있다. ING 글로벌 마켓리서치의 크리스 터너 대표는 “연준이 과감한 인하에 나설 경우 실질금리가 다시 마이너스로 전환될 수 있고, 이는 채권이나 현금보다 금의 투자 매력을 더욱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 약세 역시 금값을 뒷받침했다. 올해 들어 달러는 주요 통화 대비 10% 하락했으며, 이는 비달러권 투자자들의 금 매입 비용을 낮췄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마야 반다리는 “달러 부진과 금 강세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라며 “두 자산 간의 상관관계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리스크도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리사 쿡 연준 이사 해임을 시도하는 등 중앙은행 독립성을 흔드는 행보를 보이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됐고, 이는 곧 금 수요 확대로 이어졌다. 베렌베르크 미국 담당 이코노미스트 아타칸 바키스칸은 “미국 국채 수요 일부가 금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달러 약세와 맞물려 금값 상승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투자은행들은 추가 상승 여력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투자자들이 미 국채 일부를 금으로 전환할 경우 금값은 5,0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달 잭슨홀 회의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완화적 스탠스를 시사한 이후 ETF 자금 유입이 가속화됐다. 8일 하루 ETF 순유입은 석 달 만의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대비 보유량은 낮아 상승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정책 변수도 주목된다. 미국 정부는 최근 금괴를 수입 관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새 지침을 발표했다. 앞서 지난 8월 미 세관이 금괴를 관세 품목에 포함시켜 시장에 충격을 주었으나, 이번 조치로 혼란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
한편, 이 같은 국제적 흐름 속에서 호주의 광산업계는 “이번 황금 랠리는 과거와 다르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세계 최대 금 생산국 중 하나인 호주는 자국 광산업을 ‘신(新) 골드 러시’로 규정하며, 전통적 수요에 더해 중앙은행 매입 확대와 지정학적 요인이 결합된 구조적 강세장이 열렸다고 강조한다. 중앙은행 매입 확대와 지정학적 불확실성, 정치적 요인이 결합되면서 공급 측면에서도 장기 성장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