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비트코인 투자 확대…한국도 법인 가상자산 매매 허용 추진
올해 하반기부터 한국에서도 일부 법인이 가상자산에 직접 투자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3일 위험 감수 능력이 있는 일부 기관투자자에게 가상자산 실명 계좌 개설을 허용하는 시범 정책을 발표했다. 대상은 자본시장법상 ‘전문투자자’로 등록된 3500여 개의 법인으로, 이를 통해 국내 기업들도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 시장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해외에서는 이미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가 활발하다. 미국에서는 스트래티지(구 마이크로스트래티지)와 테슬라 같은 대기업이 대규모 비트코인 보유를 통해 자산 운용 전략을 최적화하고 있다. 스트래티지는 세계 최대 비트코인 보유 기업으로, 마이클 세일러 회장은 지난 9일(현지시간) X(구 트위터)를 통해 추가 매입 가능성을 시사하며 적극적인 투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테슬라 역시 비트코인을 매입하고 보유하는 전략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고 있다.
미국 내 일부 은행은 법인 가상자산 계좌 개설을 허용하고 있으며, 교육기관도 가상자산 투자에 나서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오스틴대학교는 500만 달러(약 72억 원) 규모의 비트코인 펀드를 조성해 가상자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다른 주요국들도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를 허용하고 있다. 캐나다와 영국은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를 공식적으로 허용했고, 싱가포르는 명확한 법적 프레임워크를 구축해 기업의 가상자산 보유와 거래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스위스는 2017년부터 가상자산을 합법적 자산으로 인정하며 금융당국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은 가상자산 규제법안인 ‘미카(MiCA)’를 통해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를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2016년 가상자산을 공식 자산으로 인정하며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를 허용했다. 과거 ‘마운트곡스 사태’로 인해 가상자산 시장이 타격을 입었지만, 이후 금융청(FSA)이 거래소를 관리하며 법인 계좌 개설을 허용하는 등 규제를 정비했다. 홍콩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처럼 유동성이 높은 가상자산의 법인 거래만 허용하고 있으며, 변동성이 큰 알트코인 투자는 제한하고 있다.
가장 급진적인 정책을 시행한 국가는 엘살바도르다. 2021년 9월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엘살바도르는 가상자산 관련 사업을 운영하려는 기업에 현지 법인 설립과 라이선스 취득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가상자산 친화적인 금융 생태계를 조성했다. 2023년 1월에는 소비자 보호와 불법 거래 방지를 위한 디지털 자산법을 제정해 가상자산 산업의 발전을 지원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 허용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가상자산 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책의 속도보다 한국의 환경에 맞는 명확한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홍기훈 홍익대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통일된 가상자산 정책이 존재하지 않는 만큼, 한국에 적합한 규제를 설정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