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글로벌 금융 혁신의 열쇠 될까… 한국도 제도화 속도 낸다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을 위한 국회포럼'이 열렸다. (출처: 한경)
스테이블코인이 국제 결제와 송금 시스템을 혁신할 기술로 주목받으며,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특히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을 배제하고 스테이블코인을 적극 지원하면서 관련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한국에서도 스테이블코인 규제 도입을 위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5일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과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주최로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을 위한 국회포럼'이 열렸다. 이번 포럼에서는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규제 동향을 살펴보고, 국내 입법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발제자로 나선 서병윤 DSRV 미래금융연구소장은 스테이블코인이 전통 금융과 디지털 자산 시장을 연결하는 핵심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 송금의 경우 기존 금융 시스템을 이용하면 여러 중개 기관을 거치면서 높은 수수료(약 6%)와 긴 처리 시간(2~5일)이 필요하다”며 “반면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수수료가 0.5% 이하로 낮아지고, 송금이 실시간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또한 스테이블코인은 카드 결제 시스템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기존 카드 결제는 PG사, 카드사, 은행을 거쳐 정산되기까지 2~3일이 소요되고 수수료도 2~3%에 달한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면 즉시 정산이 가능하며, 수수료 역시 0.1~1%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해외 주요국의 규제 동향을 소개하며 국내 입법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와 1:1 연동된다는 특징이 있지만, 발행 주체가 민간이라는 점에서 신뢰 확보가 중요하다”며 “발행 주체의 자격 요건, 준비 자산 기준, 파산 시 처리 절차 등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으며, 은행뿐만 아니라 비은행 기관의 발행도 허용할 가능성이 크다. 유럽연합(EU)은 미카(MiCA) 법안을 통해 발행 및 유통 규제를 명확히 했고, 싱가포르는 유연한 규제를 도입해 글로벌 기업들의 스테이블코인 활용을 장려하고 있다. 반면 홍콩은 강력한 규제 체계를 구축해 발행인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국회의원들도 한국의 디지털 자산 시장 경쟁력을 위해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유동수 의원은 “기존 가상자산 규제는 불법자금 유통 방지에 초점을 맞춘 반면, 이제는 블록체인 기술과 금융 혁신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병덕 의원은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글로벌 시장 흐름에 맞춰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의 이근주 회장 역시 “미국이 CBDC 대신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글로벌 금융 질서를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만큼, 한국도 이에 발맞춰 규제 체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테이블코인은 국제 송금뿐만 아니라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국가에서 대체 지급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에서는 국민들이 법정화폐 대신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해 구매력을 유지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핀테크 기업들 역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결제 및 송금 서비스를 확대하는 추세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의 리스크도 존재한다. 과거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 테라의 붕괴 사례처럼 시스템적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당시 USDC의 가치가 1달러에서 0.8달러까지 하락했던 사례도 있다.
이에 대해 김효봉 변호사는 “한국은 미국과 같은 기축통화국이 아니기 때문에 외국환거래법 등 기존 법령과 충돌하지 않도록 정밀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은행뿐만 아니라 은행 자회사 및 비은행 기관에도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해야 한다”며 다양한 발행 모델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도 금융당국이 스테이블코인 규제 검토에 착수하면서, 업계와 정부 간 협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가상자산감독국의 이석 국장은 “스테이블코인은 편리하고 효율적인 결제 수단이지만, 모니터링과 감독이 쉽지 않다”며 “미국의 정책 변화에 발맞춰 국내 입법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금융 시스템을 대체할 새로운 결제 및 송금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 역시 글로벌 흐름에 맞춰 제도화를 서두를 필요가 있으며, 이번 국회포럼을 계기로 관련 법안이 조속히 마련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