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생산 본격 확대… 한국과 대만 점유율 줄어든다
웨이저자 TSMC 회장과 트럼프 대통령 (출처: Reuter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한번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공세를 펼쳤다. 그는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반도체 산업을 잃었고, 대만이 이를 훔쳐갔다”며 “대만이 거의 전적으로 반도체 산업을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은 일부(little bit)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겨냥하며 반도체 산업 유출을 문제 삼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에도 그는 미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대만이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가져갔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번 발언이 나온 시점도 주목된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미국에 1000억 달러(약 146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TSMC가 발표한 투자 계획을 그대로 실행하라는 압박이자, 한국 기업에도 추가 투자를 요구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TSMC는 압도적인 1위 기업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TSMC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67.1%에 달하며, 2위인 삼성전자는 8.2%에 불과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을 겨냥하면서도 한국을 함께 언급한 것은, 한국 기업에도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하도록 압력을 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최첨단 4나노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이다.
한편, 미국의 적극적인 반도체 투자 유치로 글로벌 반도체 생산 시장의 판도도 변화하고 있다. TSMC가 미국 내에서 운영 중이거나 계획 중인 반도체 공장은 총 6곳으로 늘어나면서, 삼성전자와의 미국 내 수주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웨이저자 TSMC 회장은 “미국 내 생산능력이 고객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트렌드포스는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2030년까지 첨단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의 생산 점유율이 2021년 11%에서 22%로 두 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같은 기간 대만의 점유율은 71%에서 58%로, 한국은 12%에서 7%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2022년 기준 미국의 10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 생산 비중은 0%였으나, 2032년에는 28%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10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는 한국과 대만이 각각 3대 7의 비율로 생산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미국, 일본, 유럽, 중국 등으로 생산지가 분산될 전망이다. 특히 한국의 점유율은 2022년 31%에서 2032년 9%로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각국이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 내로 끌어들이려는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미국은 대규모 투자 유치와 정책적 지원을 통해 반도체 산업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