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무부, 해외 기업 80곳 블랙리스트 추가...그중 中 기업이 54곳
중국, 이란,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의 해외 80개 기업에 수출 통제를 추가한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 (출처: BIS)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은 중국을 비롯한 해외 기업·연구소 80곳을 수출 통제 명단에 새롭게 추가했으며, 이 중 54곳이 중국 기업 및 기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치는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기술 수출 제한 정책을 한층 더 강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제재 대상에는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인스퍼그룹의 자회사 여러 곳과 베이징 인공지능 아카데미, AI 서버 제조업체 넷트릭스 등 중국의 주요 인공지능·슈퍼컴퓨팅 관련 기업이 포함됐다. 미국 상무부는 이들 기관이 미국 기술을 획득해 중국군의 현대화를 지원한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AI 생태계에서 활발히 활동해 온 베이징 인공지능 아카데미와, 수곤 출신 인사가 설립한 넷트릭스는 각각 학술 교류 및 고성능 컴퓨터 공급을 통해 군사 기술 확보에 기여한 정황이 지적됐다.
이 외에도 양자 컴퓨팅, 초음속 무기 개발, 핵 활동 관련 기관과 기업들이 이번 명단에 포함됐으며, 일부는 이란 및 파키스탄 등에서도 확인됐다. 허난 딩신 정보산업과 수마 테크놀로지스 등 중국의 슈퍼컴퓨터 기술력 향상에 참여한 업체들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FT에 따르면 넷트릭스와 수마는 제재 회피 경로로 활용되며 미국의 수출 규제를 우회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미국 기술이 적대 세력의 손에 넘어가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일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첨단 기술 수출에 대한 감시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인민해방군 관련 기술 전용 우려와 함께, 화웨이 계열사에 부품을 공급하는 일부 기업에까지 제재가 확대된 배경이다.
이번 제재는 단순히 미국-중국 간 무역 마찰의 일환을 넘어서, 기술 패권을 둘러싼 구조적 갈등을 심화시키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알렉스 카프리 교수는 “중국이 제3국 및 중개업체를 통해 미국의 첨단 기술에 지속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미국은 이를 차단하기 위한 감시망을 전방위로 확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딥시크 쇼크 이후 중국에서 저가 AI 모델 도입이 급증하고,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지는 가운데, 이번 조치는 미국 기술 우위를 지키기 위한 전략적 대응으로 평가된다. FT는 특히 지난해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스퍼 본사 외에 자회사까지 포함시킨 점에 주목하며, 트럼프 행정부가 기술 통제의 범위를 더 정밀하게 확대해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