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선박 입항 수수료 부과 추진 ...한국 조선업 기대감 커져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견제로 기대감이 확산되는 국내 조선·해운 업계 (출처: HMM)
미국이 중국 해운사와 중국산 선박에 고액의 항만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본격 추진하면서, 한국 조선업계가 중장기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 외에 대형 상선 건조 역량을 갖춘 국가는 사실상 한국이 유일하다는 점에서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24일과 26일(현지시간) 두 차례에 걸쳐 중국 해운 및 조선업에 대한 영향력을 제한하기 위한 공청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했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발동하기 전 마지막 절차로, 빠르면 올 상반기 안에 제도가 시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번 정책의 골자는 미국 항만에 입항하는 중국 해운사 및 중국산 선박에 대해 100만~300만 달러에 달하는 '포트피'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정책 지지 세력은 미국 철강 노조, 철강업계, 민주당 의원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해운사를 제외한 다수의 이해당사자들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는 미국이 조선·해운 분야에서 중국의 지배력 확대를 견제하겠다는 의지를 구체화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해당 제도가 도입될 경우, 중국에서 제작된 선박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자연스럽게 감소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벌써부터 일부 해운사들은 중국산 선박을 피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한국산 중고 선박과 일본산 선박에는 프리미엄이 붙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 2011년 건조된 10만DWT급 중고 선박이 예상보다 500만 달러 높은 가격인 3900만 달러에 거래됐고, 한국산 선박 역시 포트피 부담을 상쇄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몸값이 오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조선 3사인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으로의 발주 집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3년치 이상 수주 물량을 확보한 국내 조선업계는 이번 정책을 계기로 협상력을 더욱 높일 수 있게 됐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원가 측면에서 중국산 선박이 매력적이었지만, 미국의 포트피 정책이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며 “글로벌 발주 흐름이 한국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반면, 해운업계는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포트피 부과로 인해 중국 해운사들의 미국 노선 기피가 발생할 경우 전체 해상 물동량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상운임이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물동량 감소는 업계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내년 국내 해상 물동량이 올해보다 5~6%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컨테이너선 중심의 HMM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만큼, 최근 벌크선 사업 확대와 같은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미국의 포트피 정책은 단순한 제재를 넘어 글로벌 조선업 지형 재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세계 최대 조선 수요국 중 하나인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면서, 한국 조선업계가 새로운 기회를 맞이할 가능성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