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WTO 분담금 지급 보류
국제기구 지원 축소로 보호무역 기조 강화하는 트럼프 (출처: Reuters)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대한 분담금 납부를 일시 중단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기구에 대한 자금 지원을 재검토하며 정부 지출 삭감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온 결정이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무역 분야 소식통들을 인용해 미국 대표단이 이달 초 열린 WTO 예산 회의에서 2024년과 2025년에 대한 분담금 지급을 보류한다고 통보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현재 WTO에 약 2270만 스위스프랑(약 2570만 달러)을 체납 중인 상태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WTO는 지난해 기준 약 2억500만 스위스프랑(약 2억3206만 달러)의 예산을 집행했으며, 미국은 이 중 약 11%를 부담하는 주요 회원국이다. WTO 규정상 1년 이상 회비를 내지 않은 회원국은 단계적으로 제재 조치를 받게 된다. 현재 미국은 첫 단계에 해당돼 WTO 내 회의 주재 및 공식 문서 접근에 제한을 받고 있다.
WTO는 장기적인 미국의 분담금 미납 가능성에 대비해 '플랜 B'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WTO의 이스마일라 디엥 대변인은 "일반적으로 체납은 조직의 운영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러한 재정적 한계 내에서 운영할 수 있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중심 보호무역 정책과 맞물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외국 제조 수입차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등 강력한 보호주의 조치를 추진 중이며, 이러한 정책 방향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국제기구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 1월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탈퇴를 통보한 바 있다.
이 같은 미국의 강경한 태도는 WTO의 분쟁 해결 기능에 추가적인 압박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이미 2019년부터 WTO 상소기구 위원 임명을 막으면서, WTO가 주요 무역 분쟁 중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WTO가 "무역 분쟁에서 과도한 사법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한편, 미국과 무역 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과 캐나다 등은 최근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해 WTO에 분쟁 협의를 신청하며 긴장을 높이고 있다. 이번 미국의 분담금 보류 결정이 WTO의 국제 무역 중재 역할을 더욱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