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쌓인 112조, 국내는 11조뿐…삼성전자의 ‘돈의 딜레마’

The 뉴스 · 25/03/30 04:05:47 · mu/뉴스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출처: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100조 원이 넘는 현금을 해외에 보유하고 있는 반면, 한국 본사의 가용 현금은 11조 원 수준에 그치면서, 국내 반도체 시설 투자를 위한 ‘돈의 이동’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중앙일보가 27일 보도한 삼성전자 202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 한국 본사의 현금 보유액은 1조6537억 원에 불과했다. 1년 미만 단기 금융상품까지 더해도 약 11조8417억 원 수준이다. 반면, 해외 법인들이 보유한 유동성 자금은 무려 112조6517억 원에 달한다. 전체 현금의 90% 이상이 해외에 쌓여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3조6000억 원에 달하는 설비 투자를 집행했으며, 이 중 대부분은 반도체 부문에 집중됐다. 특히 평택 캠퍼스를 중심으로 첨단 반도체 시설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고 있다. 업계는 올해도 50조 원 규모의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 국내 곳간의 현금 여력은 빠듯한 상태다.

삼성전자가 해외에서 벌어들인 자금을 한국으로 가져오기 위해선 배당금 형식을 취해야 하며, 이는 각국 정부의 투자 요구나 규제, 환차손, 유동성 제약 등 다양한 현실적 장애물에 직면해 있다. 특히 미국, 베트남, 중국 등 주요 생산기지 국가들은 자국 내 추가 투자를 요구하고 있어, 한국으로의 송금은 더욱 민감한 사안이 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공장 설립’을 직접 압박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텍사스 테일러시 제2공장에 기존 투자액의 2~3배에 달하는 추가 투자를 발표한 상태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칩스법 보조금 지급이 지연되면서 투자 속도는 예상보다 더디다. 베트남 또한 ‘AI 허브’ 육성을 위해 한국 기업의 투자를 바라고 있지만, 미-베 무역 갈등이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꾸준히 해외 자금을 국내로 끌어들이고 있다. 2022년 3조5000억 원, 2023년에는 29조5000억 원, 올해는 9조6000억 원 규모의 해외 법인 자금이 한국으로 송금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해외 법인의 본국 송금은 차질 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불황기에도 첨단화 투자를 멈추지 않고 국내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한 자금 유입에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영업이익이 회복되면 해외 자금 활용도 더 유연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도체 부문은 지난해 15조1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며, 올해는 11조~12조 원 수준이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에게 ‘돈의 위치’는 단순한 회계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략과도 직결된 선택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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