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화웨이 우회 거래 의혹…미국 제재 위반으로 10억 달러 벌금 가능성
미국 수출 통제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는 TSMC (출처: Reuters)
세계 최대 반도체 수탁생산업체인 대만 TSMC가 중국 화웨이의 대리 주문을 통해 반도체를 공급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미국 정부로부터 10억 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받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 상무부는 화웨이의 인공지능(AI) 칩 '어센드 910B'에 사용된 반도체가 TSMC에서 제조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 칩은 중국 반도체 설계업체 소프고(Sophgo)가 TSMC에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기술안보정책센터 레나르트 하임 연구원은 TSMC가 수년간 소프고의 주문을 통해 약 300만 개의 AI 칩을 생산했으며, 이 중 상당수가 화웨이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TSMC가 미국 제재 대상 기업과 연관된 칩을 생산해서는 안 됐으며, 특히 AI 용도의 설계였다는 점에서 더욱 신중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화웨이는 미국 상무부의 거래 제한 리스트에 올라 있는 기업으로, 미국의 기술이 적용된 장비나 부품을 허가 없이 제공받을 수 없다. TSMC는 칩 생산 과정에서 미국 기술이 포함된 장비를 사용하고 있어, 대만 내 생산시설 역시 미국의 수출 통제를 따라야 한다.
TSMC는 2020년 9월 이후 화웨이에 제품을 공급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며, 관련 조사에 적극 협조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상무부가 공식적인 처분 절차에 돌입할 경우, 최대 거래 규모의 두 배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현행 규정에 따라 10억 달러 이상의 제재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이번 사안은 TSMC의 미국 내 투자 계획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TSMC는 지난 3월 미국에 5개 반도체 공장을 추가로 세우기 위한 1천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수출 규제 위반 조사로 인해 일정이 지연되거나 조정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공식 논평을 거부했고, 대만 정부 역시 벌금 관련 통보를 받은 바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는 TSMC와 같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향후 기술 통제와 지정학적 리스크를 더욱 면밀히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