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엔비디아 H20 中에 수출 제한 철회
미국 내 투자를 약속하고 중국 수출 규제에서 제외된 엔비디아 (출처: Reuters)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칩 H20에 대한 중국 수출 제한 방침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공영방송 NPR은 9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최근 만찬 이후 이 같은 결정이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H20은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으로 개발한 고성능 AI 칩으로,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를 피할 수 있는 최고 사양 제품이다. 엔비디아의 최신 칩인 블랙웰보다는 성능이 낮지만,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탑재돼 일부 성능이 개선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 칩은 최근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제품에도 사용된 것으로 알려지며 업계 주목을 받았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부터 이어진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는 최근까지도 강화되는 추세였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수개월 전부터 H20에 대한 추가 규제를 준비해왔고, 이번 주 중으로 시행될 계획이었다. 그러나 젠슨 황 CEO가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 자택 마러라고에서 열린 만찬에 참석해 미국 내 AI 데이터 센터 투자를 약속한 뒤, H20은 규제 목록에서 빠지게 됐다. NPR은 이 같은 투자 약속이 행정부의 입장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다만 구체적인 투자 규모나 시점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엔비디아는 이번 결정으로 중국 시장 내 입지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IT 전문 매체 디 인포메이션은 올해 1분기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트댄스 등 중국 주요 기술 기업들이 H20 칩을 160억 달러(약 23조5000억 원) 이상 주문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의 규제가 H20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돌면서, 중국 기업들이 재고 확보에 나선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수출 제한 철회가 미국 내 반도체 투자 확대를 위한 전략적 판단인지, 일시적 유예 조치에 불과한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다만 H20을 둘러싼 이번 결정은 미국의 반도체 수출 정책이 단순한 규제를 넘어, 산업 유치와 외교 전략을 함께 고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