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정책 여파 우려 커져…美 소비 회복세 속 ‘침체 경고’ 잇따라
미국 소비자 지출이 임금 상승과 낮은 실업률 덕분에 아직은 견고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관세 정책이 지속될 경우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금융권 안팎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다.
JP모건체이스의 최고재무책임자 제러미 바넘은 최근 “노동시장이 계속 강세를 보인다면 소비자 신용은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낙관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어 “4월 지표를 보면 일부 소비 지출이 관세 발표 이후 앞당겨진 경향이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업들이 관세 도입을 앞두고 재고를 미리 광고하는 움직임이 있었다는 점도 언급했다.
비슷한 진단은 다른 주요 은행에서도 나왔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CFO 알래스테어 보스윅은 “현재 고객들의 소비 신호를 보면 미국 경제는 여전히 양호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JP모건은 지난주 카드 서비스 순차감률을 3.6%로 유지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도 같은 기간 신용 부실률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이는 가계의 신용 상태가 아직 안정적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일부 소비자들이 관세로 인해 가격 인상이 예상되는 상품을 앞당겨 구매하고 있는 상황은, 소비 증가세가 일시적인 착시에 불과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자동차를 중심으로 ‘선구매’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으며,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를 공개했다.
소비 심리는 이미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4월에 50.8로 급락하면서 2022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달의 57보다 크게 떨어진 것으로, 시장 예상치였던 54.5도 크게 밑돌았다. 소비자 심리는 지난 4개월간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해 12월 이후 30% 이상 추락한 상황이다.
향후 인플레이션에 대한 소비자 기대도 불안 요소 중 하나다. 1년 내 물가 상승률 예상치는 6.7%까지 치솟아, 1981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러한 심리 변화는 기업 환경, 개인 재정, 소득, 노동시장 전반에 걸친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미국 가계의 총 부채가 18조400억달러로 사상 최대치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예일대학교 예산연구소는 모든 관세가 발효될 경우 단기적으로 물가가 2.3%가량 상승하고, 가구당 평균 구매력은 약 3800달러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학자금 대출 상환 재개도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2월 항소법원은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던 학자금 대출 감면 조치를 중단시키며, 수백만 명의 대출자가 월 상환액 인하나 일부 면제를 받을 수 없게 됐다. 이는 특히 저소득층 가구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웰스파고 CEO 찰리 샤프도 “저소득층 고객들 사이에서 재정적 압박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아직까지 경기 침체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금융권에서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JP모건 CEO 제이미 다이먼은 자사 경제학자들이 경기 침체 확률을 50%로 보고 있다고 밝혔고,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역시 경기 침체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CNBC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3%가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올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 중 절반은 2분기 중에 침체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