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디지털 유로 도입 본격화…지폐·예금 구조 흔들릴 가능성
유럽중앙은행(ECB)이 추진 중인 디지털 유로가 유로존 내 화폐 사용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는 단순한 결제 수단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은행 예금 구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ECB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인 디지털 유로가 실제 경제에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유로가 정식 도입될 경우 현금으로 유통되고 있는 지폐의 최대 50%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은행 시스템 내 기존 예금의 약 30%가 디지털 유로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됐다.
이러한 변화는 단지 지폐가 줄어드는 것을 넘어, 금융 시스템의 전반적인 자산 구조를 흔들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디지털 유로가 보편화되면 개인들이 은행 계좌에 돈을 맡기기보다는 중앙은행이 발행한 디지털 화폐를 직접 보유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시중은행의 유동성이나 예금 기반 운영 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미국이 디지털 달러 발행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달리, 유럽은 디지털 유로 도입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그 배경에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과 민간 암호화폐가 유럽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ECB 이사회 멤버인 피에로 치폴로네는 올해 1월 디지털 유로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은행을 통하지 않는 대체 시스템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디지털 유로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디지털 유로가 단지 기술적 전환을 넘어, 유럽 금융 주권을 지키기 위한 전략적 도구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CB는 현재 디지털 유로 도입을 위한 실험 단계에 있으며, 향후 몇 년 내 본격적인 발행을 목표로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 환경이 디지털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는 가운데, 유럽이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이유는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