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앙화 되살리는 월가…오히려 철학 잃은 건 크립토 투자자들
최근 암호화폐 시장에서 전통 금융기관과 개인 투자자 간의 태도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과거에는 탈중앙화, 투명성, 검열 저항성 같은 이상이 암호화폐의 핵심 정신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오히려 월가가 이 철학을 다시 꺼내들고 있는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빠른 수익에 몰두하며 그 정신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현지시간) 비트코인뉴스닷컴은 블랙록과 피델리티 같은 전통 금융기관들이 이더리움 기반의 토큰화를 시도하며 초기 크립토 원칙을 되살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랙록 디지털자산 총괄 로비 미치닉은 한 디지털 자산 서밋에서 “우리는 이더리움을 토큰화의 기반으로 선택했다”며 “클라이언트들이 탈중앙화와 신뢰성, 보안을 중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2020년 이후 암호화폐 시장에 들어온 많은 개인 투자자들은 수익만을 추구하는 모습이다. 이들 중 일부는 사기 사건, 네트워크 불안정, 불투명한 운영 방식에 실망하며 점점 탈중앙화라는 가치를 외면하고 있다. 이런 태도는 시장 일각에서 '크립토 허무주의'라고 불리며, 창립 당시의 이상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사실 초기부터 탈중앙화를 강조했던 프로젝트들도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타협해왔다. 2016년 이더리움은 DAO 해킹 사건 이후, 해커가 탈취한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네트워크를 하드포크하며 '불변성'이라는 원칙을 스스로 훼손했다. 메이커다오의 스테이블코인 DAI는 시장 충격 이후 담보 자산을 대부분 중앙화된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꾸면서 검열 저항성을 사실상 포기했고, 솔라나는 반복적인 네트워크 중단과 재시작 논란으로 신뢰를 잃은 바 있다. 최근에는 하이퍼리퀴드가 특정 자산을 시장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일방적으로 상장폐지하면서 탈중앙화 신뢰를 더욱 훼손했다.
이에 반해 기관 투자자들은 단기 수익보다 장기적 가치를 중심에 두고 암호화폐를 바라보고 있다. 수년 혹은 수십 년 단위의 투자 전략을 택하며, 기술 발전 가능성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모습이다. 이들은 이더리움의 구조 개선, 솔라나의 검증자 네트워크 확대, 하이퍼리퀴드의 운영 투명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같은 태도 차이는 크립토 커뮤니티, 특히 트위터 같은 플랫폼에서 비관적 분위기가 확산되는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된다. 그러나 시장 안팎에서 여전히 암호화폐의 근본 철학을 지키려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균형을 되찾기 위한 건강한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