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안전자산 선호 속 1000원 돌파…원화는 약세 지속
안전자산으로 부상하는 엔화 (출처: Newsis)
엔화 가치가 최근 1000원대를 넘어선 가운데, 투자자들 사이에서 달러보다 엔화를 선호하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촉발한 경기 둔화 우려가 달러에 대한 신뢰를 흔들면서, 안전자산으로서의 엔화가 재조명되고 있다. 반면 원화는 미중 갈등 장기화와 저성장 전망 속에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날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1007.7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 800원 후반대에 머물던 원·엔 환율은 지난해 7월 900원대에 진입한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오다, 최근 들어 1000원 선을 돌파했다. 이는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동시에 원화는 약세 흐름을 타고 있는 결과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엔화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전방위 관세 정책 이후 미국 경기 둔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안전한 투자처로 엔화가 부상했다. 여기에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함께 일본 경제의 구조적 변화에 대한 기대가 더해져 엔화 가치는 달러 대비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달러당 엔화 환율은 한때 140.55엔까지 떨어지며,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반면 원화는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과 국내 경제 둔화 우려가 맞물리며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는 미중 갈등 심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으며, 이로 인해 원화는 위험통화로 간주되는 흐름이 뚜렷하다.
시장에서는 이런 흐름이 지속될 경우, 원·엔 환율이 연말쯤 1050원대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골드만삭스는 일본은행이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며, 연말까지 달러당 엔화 환율이 135엔 수준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원·엔 환율 역시 더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분석된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달러가 힘을 잃은 상황에서 엔화로 자금이 몰리고 있고, 원화는 상대적으로 리스크 자산으로 분류돼 원·엔 환율 상승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단기적으로는 과도한 흐름처럼 보여도, 중장기적으로는 원·엔이 1020원 수준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달러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엔화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엔 환율은 당분간 상승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엔화가 안전자산으로서의 지위를 회복하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전략 조정도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