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전통 금융의 한계를 넘어 글로벌 자금 흐름 개편

뉴스알리미 · 25/05/12 10:18:48 · mu/뉴스

암호화폐가 전통 금융의 한계를 넘어 글로벌 자금 흐름을 재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제결제은행(BIS)은 5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암호화폐는 국가 간 거리나 규제를 무시하며 거래되는 새로운 국제 금융 네트워크”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2017년부터 2024년까지 184개국의 비트코인(BTC), 이더(ETH), 테더(USDT), USD코인(USDC) 등의 자산 흐름을 추적해 정량적 분석을 시도했다. 그 결과 암호화폐는 △송금 수단 △투자 자산 △자본통제 우회 수단 등으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 자산별로 활용 맥락이 달랐다.

# 비트코인은 투기, 스테이블코인은 송금…자산별 용도 뚜렷
보고서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량은 2021년 정점을 찍으며 2조6000억달러에 달했다. 이 중 절반은 스테이블코인이었다. 비트코인과 이더는 높은 변동성과 시장 위험 요인에 반응하며 투기적 거래의 흐름을 따랐다. 특히 비트코인 거래는 미국 주식 시장 변동성을 나타내는 VIX 지수가 상승할 때 동반 증가했다. 이는 암호화폐가 ‘위험 선호 투자의 피난처’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USDT와 USDC 같은 스테이블코인은 물가 상승률이 높은 국가에서 송금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향이 뚜렷했다. 전통 금융기관을 통한 송금 수수료가 높을수록 암호화폐를 통한 송금 비중이 늘었다. USDT를 통한 송금은 송금 수수료가 1%p 높아질 때 25%까지 증가했으며, 특히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보내는 소액(200달러 이하) 비트코인 전송에서 이러한 흐름이 두드러졌다.

# 규제의 벽 넘는 암호화폐, 자본통제도 무력화
흥미로운 점은 암호화폐가 국가의 자본통제 조치(CFM)를 사실상 무력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통 금융에서는 자본유출입 규제가 자산 흐름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지만, 암호화폐는 오히려 규제가 강화될수록 거래량이 증가했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은 자본규제 강화가 발표된 뒤 분기 기준 최대 25%까지 거래가 증가했다. 이는 중국 등 규제 국가에서 자본 회피 수단으로 암호화폐가 사용된다는 기존 관측과도 일치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이더리움과 USDT, USDC는 자본통제 조치와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BIS는 이를 통해 암호화폐 내에서도 ‘자산 성격별’로 정책에 대한 반응도가 다름을 확인했다.

# 암호화폐 네트워크, 전통 금융보다 밀도 높고 경계 낮다
암호화폐는 국경, 거리, 언어 같은 전통적 제약을 거의 받지 않았다. 수출입이나 은행 간 자금 흐름은 물리적 거리나 언어 차이로 제약을 받지만, 비트코인 거래에서는 이러한 요소의 설명력이 급감했다. BIS는 “암호화폐 거래는 글로벌 무역보다 더 밀도가 높고, 전통 금융보다 더 넓은 국가 간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트워크 중심국은 미국과 영국이었지만, 중국의 규제 강화 이후 인도, 인도네시아, 튀르키예 등 신흥국이 주요 노드로 부상했다. 특히 튀르키예와 러시아는 2023~2024년 USDT 거래량에서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이는 고물가·환율 불안에 직면한 국가일수록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자산을 운용하려는 수요가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 정책적 시사점…“감시 사각지대 줄이고, 기능별 대응 필요”
BIS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암호화폐가 더 이상 변방이 아닌 글로벌 자산 네트워크의 일부가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동시에 “암호화폐는 각기 다른 목적과 경로로 활용되며, 일률적 규제 접근은 효과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거시건전성 정책이 암호화폐에는 제한적으로 작동한다는 점 △송금 수수료가 높은 국가에서 암호화폐가 금융포용 대체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점 △규제가 강한 나라에서 자본 회피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점 등을 주요 시사점으로 꼽았다.

BIS는 “암호화폐가 전통 금융과 연결 고리를 넓히는 만큼, 리스크가 제도권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며 “거래 목적에 따른 정책 대응, 온체인 데이터 감시 체계, 글로벌 공조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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