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대선 주요 쟁점으로 부상…발행 관리 주체는 어디로?

뉴스알리미 · 25/05/13 17:00:59 · mu/뉴스

스테이블코인이 국내 정치권의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주요 대선 후보들이 스테이블코인의 필요성과 위험성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내놓자, 국가 경제의 구조와 금융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할 핵심 정책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발행 인가와 감독 권한을 어느 기관이 가져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의는 통화정책에 대한 영향과 금융 안정성 확보 문제까지 얽히며 논쟁이 더욱 첨예해지고 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지난 8일 경제 유튜버들과의 대담에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국채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으로 디지털자산 시장을 점령하는 것 같다”며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조성해야 소외되지 않고 국부 유출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경제 시대에 국내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스테이블코인을 국가 경쟁력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테라·루나는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지만 실질적 자산 없이 루나를 활용해 가격을 유지한 구조였다”며 “결과는 참혹했고, 수많은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민주당은 이 후보가 언급한 테라·루나는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 향후 도입될 원화 스테이블코인과는 구조적으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실제 법정화폐를 예치한 뒤 그만큼만 발행하는 방식인 만큼 자산 연동성과 투명성이 확보돼 제도권 내에서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을 마련 중이거나 이미 제정한 주요국 대부분도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각 후보들의 스테이블코인의 필요성과 위험성을 둘러싼 인식이 엇갈리는 가운 제도권 내에서도 이를 어떻게 규율할 것인가를 두고 주도권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고경철 한국은행 전자금융팀장은 지난 9일 한은에서 열린 한국금융법학회 학술대회에서 “스테이블코인은 통화정책, 금융 안정, 지급결제 등 중앙은행의 정책 수행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발행자 진입을 규제하는 과정에서 인가 단계부터 중앙은행에 실질적인 법적 권한이 부여돼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준비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 초안에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시 금융위가 인가 권한을 갖도록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시장 감독 경험을 바탕으로 관계부처 및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가상자산위원회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규율 체계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인가 권한을 반드시 금융위가 가져야 하느냐는 점에 대해 초안 마련 과정 내부에서도 이견이 적지 않은 만큼 최종 법안이 어떤 구조로 정리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이 의견이 엇갈리는 배경에는 스테이블코인을 바라보는 양 기관의 근본적인 인식 차이가 자리잡고 있다. 한은은 스테이블코인의 ‘화폐적’ 속성에 주목해 통화 주권과 통화정책의 유효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금융위는 이를 금융상품으로 간주하고 금융시장 안정성과 소비자 보호 중심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을 법정통화를 보완하는 지급수단으로 볼 것인지 민간이 발행하는 새로운 금융수단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규제의 출발점 자체가 달라지는 셈이다.

정책 목표의 무게중심이 다른 두 기관이 입장 차이를 보이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스테이블코인이 통화정책과 금융안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금융당국이 감독권을 갖되 중앙은행에도 일정 부분 관여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글로벌 규제 동향을 보면 일반적으로 은행 감독을 담당하는 금융당국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에 대해 직접적인 감독 권한을 행사하고 중앙은행은 금융안정성과 지급결제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하며 필요할 때 제한적으로 개입하는 역할을 맡는다”며 “한국 역시 금융당국이 인가와 감독을 담당하고 한은은 통화정책상 필요할 때 의견을 제시하거나 관여할 수 있도록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감독 체계를 이원화할 경우 정책 판단의 지연이나 행정적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각 기관의 권한을 법에 명확히 규정해 기관 간 협의로 인해 인가 심사 등에 과도한 시일이 소요되는 것은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윤성 타이거리서치 연구원도 인가 권한 분산에 따른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주체가 은행인지 핀테크 기업인지에 따라 위험 수준은 다르지만, 인가권을 기관별로 나누면 감독 기준이 혼선되고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일관되고 책임 있는 규제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화정책상 필요할 경우 한은이 의견을 제시하거나 견제할 수 있는 협의 구조는 필요하지만, 지나친 통제는 스테이블코인을 사실상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처럼 만들 우려가 있다”며 “균형잡힌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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