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산 흔들리자 비트코인으로 피신…사상 첫 11만 달러 돌파
비트코인이 11만 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다시 썼다. 국채·달러·주식 등 전통 자산이 동시에 흔들리는 가운데, 시장의 자금이 탈중앙화 자산인 비트코인으로 몰리고 있다. 미국 정부의 재정 불안과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자, 안전자산도 위험자산도 아닌 제3의 대안으로서 비트코인의 역할이 부각되는 모습이다.
22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오전 8시 30분경 11만 달러를 돌파한 뒤, 정오에는 11만1861달러까지 상승하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지난 1월 20일 기록한 10만9114달러를 약 4개월 만에 넘어선 것이다. 국내 가격은 1억5532만 원으로 2월 이후 최고치지만, 환율 영향으로 1월의 원화 기준 최고가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번 상승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감세 추진이 있다. 미국 정부의 재정 적자 확대 우려가 국채 수익률과 달러 가치를 흔들고, 이에 영향을 받는 주식 시장까지 불안정해지면서, 자산 회피처로서 비트코인이 재조명된 것이다. 비트코인은 발행량이 2100만 개로 고정되어 있고, 정부나 중앙은행의 통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국가 리스크에서 자유롭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비트코인은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중앙집권적 금융 시스템에 대한 회의에서 탄생한 자산”이라며 “미국 정부의 신뢰가 흔들리는 지금 같은 시점에 다시 주목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 의회가 지난 19일 통과시킨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도 비트코인 상승의 또 다른 촉매로 작용했다. 해당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게 100% 준비금 보유와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으로, 암호화폐 생태계를 제도권에 편입시키는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미국이 스테이블코인을 공식 결제 수단으로 인정함에 따라, 암호화폐 전체에 대한 신뢰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전문 투자기관들의 행보도 비트코인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비트코인 트레저리’ 전략으로 주목받은 스트래티지는 현재 57만 개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평가이익만 53조 원에 달한다. 이 전략을 모방한 캔터피츠제럴드와 테더, 소프트뱅크의 합작회사 ‘트웬티원’은 설립 직후 4만2000개, 약 5조4000억 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매입했다.
JP모건은 최근 고객에게 비트코인 직접 투자를 허용했고, 스탠다드차타드의 제프 켄드릭은 “기관 자금 유입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2분기 12만 달러, 연말에는 20만 달러 도달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전망했다.
전통 금융이 흔들릴수록 비트코인의 존재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더 이상 단기적인 가격 변동을 좇는 투기 자산이 아니라,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자산 배분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