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월가, 스테이블코인 공동 발행 논의…전통 금융과 암호화폐 ‘결합’ 신호탄
본격적으로 암호화폐 사업을 시작하는 월가 (출처: CNN)
미국 대형 은행들이 스테이블코인을 공동으로 발행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며, 전통 금융과 암호화폐 간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명문화한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이 조만간 미 상원 정식 표결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관련 업계는 제도권 편입에 따른 시장 재편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6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코인마켓캡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JP모건·뱅크오브아메리카·씨티그룹·웰스파고 등 월가 주요 은행들은 젤(Zelle) 운영사인 얼리 워닝 서비스와 클리어링 하우스 등과 함께 공동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논의는 초기 단계지만, 법안 통과 이후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지니어스 법안은 1:1 자산 담보, 자금세탁방지(AML) 의무, 연방·주 공동 감독체계를 규정하며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금융 시스템 내에서 인정하는 첫 입법 시도다. 미국 상원에서는 최근 해당 법안의 토론종결안이 초당적 지지를 얻어 통과됐고, 정식 표결만을 남겨두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법안을 단순한 규제 강화로 보기보다, 스테이블코인을 금융 인프라로 편입시키는 제도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로 법안 통과 기대감이 커지자 비트코인은 11만 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고, 비트코인 현물 ETF로는 19억 달러 이상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스테이블코인은 현재 암호화폐 매수나 거래소 내 현금 보관 용도 외에도, 국경 간 송금이나 결제 수단으로 활용 범위가 빠르게 확장 중이다. 특히 실물 달러 대신 디지털 형태의 달러(USDC, USDT 등)를 통해 빠르고 저렴한 국제 송금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금융기관과 핀테크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월가 대형 은행들이 공동 발행을 검토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스테이블코인이 확산될수록 은행의 예금 기반과 결제 수수료 수익이 잠식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메타, 아마존, 월마트 같은 빅테크나 유통업체가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 결제 수단으로 채택할 경우, 기존 금융 질서에 심각한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스테이블코인을 미국 국채 수요 확대의 전략 수단으로 보고 규제 명확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으며, 이는 대형 은행들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자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이 미 국채로 담보될 경우, 은행들은 안정적인 자산운용 수단을 확보하면서 디지털 금융 경쟁에서도 뒤처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2년 전 메타(당시 페이스북)가 추진했던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 ‘리브라’는 규제 반발로 좌초됐지만, 이번에는 전통 금융권이 직접 제도 틀 안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단일 기업 주도가 아닌, 은행들의 공동 발행 모델이라는 점도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구조다.
WSJ는 “이번 논의는 월가가 암호화폐 산업에 밀려났던 지난 몇 년간을 되돌리고, 디지털 자산 기반 결제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이라며 “전통 금융과 암호화폐 간의 거리가 점점 좁혀지고 있다는 명확한 신호”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