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적극 진출 모색

전통 금융권이 디지털자산 시장의 관문인 커스터디 사업에 본격 진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동안 규제 때문에 간접적으로만 참여해왔으나, 최근에는 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직접 진출을 모색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질 경우 가상자산 산업 전반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도 기대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정부에 디지털자산 사업 진출을 허용해달라는 공식 건의를 할 예정이다. 은행권 주요 건의사항 초안에는 가상자산업을 은행업무 범위에 포함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건의안에는 커스터디뿐만 아니라 증권형 토큰(STO) 등 디지털자산 기반 신사업을 은행이 수행할 수 있도록 업무를 확대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은행권이 커스터디를 핵심 과제로 제시하는 배경에는 해당 사업이 단순한 자산 보관을 넘어 다양한 금융 기능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있다. 커스터디는 자산운용, 스테이킹, 회계관리 등으로 연계될 수 있는 고도화된 서비스로 꼽히며, 자산 규모가 큰 기관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갖춰야 할 인프라로 여겨진다.
특히 은행이 보유한 보안성, 내부통제 역량, 자금세탁방지 체계는 이런 업무 수행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도권 금융기관이 커스터디를 직접 수행하면 시장 신뢰 확보와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가 기대된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하지만 제도적 여건은 아직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현행 은행법은 은행이 비금융회사의 지분을 15% 이상 보유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으며 디지털자산 사업도 금융업으로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 이 같은 한계 속에서 은행들은 디지털자산 전문 기업과의 합작이나 지분 투자 방식으로 우회적인 시장 참여를 지속하고 있다.
실제로 주요 시중은행들은 디지털자산 전문 기업과 손잡고 커스터디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해치랩스, 해시드와 함께 한국디지털에셋(KODA)을 설립해 기관 대상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신한은행은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에 투자해 관련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윤 연구원은 “금융권이라고 해서 특별히 완화된 규제를 적용받는 것은 아니며, 은행도 기존 커스터디 사업자들과 같은 수준의 법적·기술적 요건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시장 진입이 본격화될 경우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가 뒤따를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시선을 받고 있는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인식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의 본격 진입이 이뤄지면 산업의 제도화가 앞당겨지고, 기존 사업자들에 대한 낙인이 해소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