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디지털자산 전략지도②] “화폐인가 자산인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 설계의 시험대

뉴스알리미 · 25/06/13 10:07:46 · mu/뉴스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이를 ‘화폐’로 볼지 ‘자산’으로 볼지를 둘러싼 해석 차이가 제도 설계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은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고려해 화폐적 성격에 무게를 두는 반면, 국회는 스테이블코인을 디지털 ‘자산’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러한 해석 차이는 회계처리, 과세방식 등 실무 적용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명확한 기준 정립이 절실하다.

12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창립 75주년 기념식에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핀테크 산업의 혁신과 법정통화 대체 기능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며 “외환시장 규제를 우회하지 않으면서 안정성과 유용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관계 기관과 협의해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통화에 연동된 디지털자산이다. 올해 미국에서 스테이블코인 법제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결제와 거래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변동성이 큰 일반 디지털자산과 달리 가치가 고정돼 있어 실사용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포필러스에 따르면 지난해 온체인 스테이블코인 거래 규모는 27조6000억달러(약 3경7469조원)에 달해 같은 기간 비자와 마스터카드의 결제액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관련 규제 체계가 마련되지 않아 활용은 제한적이다. 법적 해석을 두고 한은과 입법부 간의 입장도 엇갈리고 있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대표발의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스테이블코인을 ‘자산연동형 디지털자산’으로 규정하며 자산적 성격을 명시했다. 반면, 한은은 스테이블코인을 법정화폐의 대체재로 간주하고 있다. 이 때문에 스테이블코인이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발행 주체를 은행권으로 제한하고 화폐로 간주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성격 논란은 회계·과세 실무에서도 혼선을 일으키고 있다. 현재 국내 회계기준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명확한 분류 기준을 제공하지 않는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상 대부분의 스테이블코인은 무형자산으로 분류되지만 실제 활용 측면에서는 현금에 가까운 역할을 한다. 기업이 스테이블코인을 급여나 정산에 사용할 경우, 해당 스테이블코인이 현금처럼 회계 처리되는지 여부에 따라 재무제표의 유동성 비율, 수익 인식 시점 등이 달라진다.

미국 회계기준제정기구(FASB)는 USDC와 같은 스테이블코인을 ‘현금성 자산’으로 분류할 수 있는 기준을 논의 중이다. USDC는 △1:1 환매보장 △단기국채 위주 준비금 △즉시 환매 가능성 등을 근거로 현금성 자산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USDT는 환매권 부재와 준비금 구성의 불투명성으로 인해 무형자산에 해당한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세법상 스테이블코인은 자산으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사용 시점마다 과세 이슈가 발생한다. 미국, 영국, 호주 등 주요국 역시 스테이블코인을 자산으로 간주해, 결제나 송금 시 양도소득 또는 사업소득으로 과세하고 있다.

페이팔이 출시한 스테이블코인 PYUSD를 보면 미국 달러에 일대일(1:1)로 연동돼 있고 예금과 단기 국채로 뒷받침되지만 미국에서는 여전히 ‘자산’으로 분류돼 과세 대상이 된다. 예를 들어 4000달러에 구매한 비트코인을 1만달러 상당의 PYUSD로 교환한 뒤, 이 PYUSD로 가구를 구매하면, 6000달러의 차익에 대해 자본이득세가 부과된다. 일반적으로 약 15% 세율을 적용받을 경우 900달러의 세금을 내야 한다. 달러처럼 사용되더라도 세법상 화폐가 아닌 자산으로 취급되는 셈이다.

국내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별도 세법 규정이 없어 현재는 다른 디지털자산과 동일한 방식으로 과세가 이뤄지고 있다. 이로 인해 결제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에도 자산 처분에 따른 과세가 발생해 기업의 세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강련호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모든 자산은 ‘증권성’과 ‘결제성’이라는 두 가지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과세 판단도 이 속성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결제용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결제성에 무게를 둬 실질 과세 원칙에 따라 비과세가 가능하다”며 “반면 금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처럼 가치저장 성격이 강하면 투자자산으로 간주돼 과세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히 결제수단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비과세가 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용 방식과 자산의 경제적 성격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혁 회계사도 “스테이블코인이 외환거래처럼 사용되는 경우, 현행 외환기준에 준하는 세무 체계를 적용하는 것이 경제적 실질에 부합한다”며 “환산손익만 회계연도 단위로 인식하면 되므로 실무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40
0

댓글 0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