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원 교수 “원화 스테이블코인, 최소 자본금 아닌 자본비율로 규제 필요”

뉴스알리미 · 25/08/12 16:09:03 · mu/뉴스

국내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단순한 최소 자본금 요건보다 은행 수준의 자본비율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발행 구조가 은행과 유사하게 레버리지를 운용하는 만큼, 자본 대비 위험노출 수준을 관리하는 것이 금융 안정성과 소비자 보호에 더 효과적이라는 이유다.

최재원 서울대학교 교수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에서 “스테이블코인의 구조와 시장 환경을 고려하면 은행과 유사한 레버리지 운용 특성에 맞춘 자본비율 규제가 필요하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시에는 최소 자본금이 아니라 최소 자본비율을 기준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이용자의 예치금을 받아 국채와 예금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 사실상 은행과 유사한 방식으로 레버리지를 운용한다”며 “이 구조에서는 단순한 자본금 규모만으로 건전성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본 대비 위험노출 수준을 관리하는 자본비율 규제가 금융 안정성과 소비자 보호에 더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자본비율 규제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달러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시장 환경 차이를 들었다. 그는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99% 이상을 차지하는 달러 연동형 스테이블코인은 기축통화라는 이점을 바탕으로 국제 송금, 결제, 디지털자산 거래 등 다양한 영역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며 “안정적인 글로벌 수요 위에 미국이 달러 패권을 유지·강화하려는 전략적 목표가 더해져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시장 여건이 달라 제약이 크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기축통화 지위를 갖지 못해 해외 결제·송금 네트워크에서 활용 범위가 제한될 가능성이 크고, 과거 발행 시도에서도 시장 반응이 미미했다”고 말했다.

수요 기반이 제한된 상황에서 규제가 미비하면 발행사 간 시장 선점을 위한 과도한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최 교수는 “초기 경쟁 과정에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준비자산을 고위험 자산으로 전환하면 금융 시스템 불안정성이 커지고, 채권시장 충격이나 뱅크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러한 위험을 막기 위해 단순한 최소 자본금 요건만으로는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은행과 마찬가지로 발행사의 자본 대비 위험노출 수준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며, 이를 위해 최소 자본비율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발행사가 일정 수준의 자기자본을 유지하도록 하면 과도한 레버리지를 억제하고 고위험 자산 편입을 방지해 금융 안정성과 소비자 보호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 교수는 위험성이 존재하더라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자체를 미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디지털자산 생태계가 성장하고 토큰화된 펀드·채권 등 실물연계자산 시장이 확대되면 안정적인 결제·거래 인프라로서 스테이블코인이 필수적”이라며 “제도 부재로 인한 인재와 자본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서도 조속한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도화를 실효성 있게 추진하기 위해 구체적인 규제 방향도 제안했다. 최 교수는 “발행사 운영에 공공성을 부여해야 하고, 발행량과 준비자산 구성 등 핵심 정보를 한국은행과 공유해 통화정책과 금융안정성 관리에 반영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국내 규제를 준수하지 않는 테더 등 해외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거래소 유통을 제한해 시장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디지털화폐 발행과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병행하는 ‘투 트랙’ 전략을 제시했다. 최 교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디지털자산 거래 수단을 넘어, 향후 디지털 금융 인프라의 핵심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며 “미국식 규제를 그대로 따르기보다 국내 시장 구조와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CBDC는 스테이블코인과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면서도 중앙은행이 직접 관리해 금융 안정성과 통화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며 “양 제도를 병행하면 민간 혁신과 공공 안정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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