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메인넷, ICO 금지 해제로 가능할까

뉴스알리미 · 25/09/11 10:41:07 · mu/뉴스

금융위원회 개편안에 따라 금융위원장 후보자에서 금융감독위원장 후보자로 직책이 조정될 예정인 이억원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한국형 블록체인 메인넷’ 구상을 언급했지만, 업계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메인넷 운영에는 신규 토큰 발행이 필수적이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ICO가 금지돼 있어 현실적으로 추진이 어렵다는 평가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이억원 후보자는 지난 2일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현재 스테이블코인 발행 메인넷으로 이더리움과 트론 등이 활용되고 있다”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한국형 블록체인 메인넷을 구축하기 위해 관계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메인넷의 작동 원리상 토큰 발행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에서 후보자의 발언은 정책적 정합성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메인넷은 다수의 노드가 거래 검증과 블록 생성을 담당하는 분산형 네트워크이기 때문에, 참여자에게 경제적 보상이 제공되지 않으면 운영 동기가 약화되고 보안성도 흔들릴 수 있다. 이에 따라 메인넷 설계에는 트랜잭션 수수료(가스비), 블록 생성 보상, 스테이킹 보상 등 토큰 기반 인센티브 구조가 필수적으로 내장된다.

이더리움은 ‘이더(ETH)’를 수수료와 보상 수단으로 활용하고 트론도 ‘TRX’를 통해 네트워크를 유지한다. 이 같은 인센티브가 있어야 노드 운영자가 안정적으로 참여하며 네트워크의 탈중앙성도 확보된다. 결국 국가 주도의 메인넷이라 하더라도 신규 토큰 발행 없이는 보안성과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 후보자의 발언이 국내 규제 현실과 괴리돼 있다고 보고 있다. 2017년 이후 금융위원회의 행정지도로 국내 ICO는 사실상 전면 금지돼 왔다. 법률에 명시된 조항은 없지만, 신규 코인 발행과 공개 모집을 단속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국내 프로젝트는 토큰 발행 자체를 중단한 상태다. 이 때문에 국가 주도의 메인넷 구상 역시 제도 정비 없이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비판이 나온다.

디지털자산 업계 관계자는 “메인넷은 구조적으로 코인 발행이 불가피한데, 현행 정책은 ICO를 전면 차단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실행 방안 없이 ‘한국형 메인넷’을 언급하는 것은 업계에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여당 내 엇갈린 스탠스와 정책 지연 우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근 “스테이블코인 법안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며 은행 중심의 발행 모델을 제시했지만, 같은 당 이강일 의원은 디지털자산혁신법을 발의해 ICO 합법화와 스테이블코인 유통 규제를 포함한 적극적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 후보자와 여당 내 의견이 엇갈리면서 정책 기조의 일관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정부 부처 전반의 신중론까지 더해지면서 정책 추진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이번 정부 조직 개편안을 통해 국내 금융정책을 담당할 기획재정부가 금융 안정과 위험에 무게를 두고 있어 디지털자산 제도화의 속도 조절 가능성이 크다. 이형일 기재부 차관은 지난 3일 열린 2025 G20 글로벌 금융안정 컨퍼런스에서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 금융전환의 위험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부의 신중 기조가 읽히는 가운데 한국형 메인넷 구상이 현실화되려면 현행 ICO 금지 정책의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는 정부가 신규 토큰 발행을 일정 요건 아래 허용하고, 동시에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정책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은행 중심 컨소시엄 모델이나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한 시범 사업 등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김성진 금융위원회 가상자산과 과장은 지난 8일 여의도에서 열린 스테이블코인 세미나에 참석해 “현재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 2단계 법안을 준비 중이며, 정부 내 절차를 거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규제 샌드박스를 적극 활용해 테스트베드를 마련하고 안전성과 효용을 점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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